이 기록은 그저 단순한 호기심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흩날리는 눈 꽃처럼 위태로운 모습으로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붉은 보석.



그 것의 단순한 기록 일 뿐이다.
















에테르넬 샤르망 리우.


프랑스식의 제법 부르기 어려운 이름의 그녀는


눈 뜰 힘도 없는 가장 힘든 시기에 찾아와서 

어떤 누구보다 나를 강하게 옮아 매었다.








기록1




반려견 훈련사라는 직업으로 살고 있는 나.


종자를 삼아 부리며 원하는 것을 얻는 그녀.


우리는 제법 공통된 재주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 노란 계집 얍삽하지만 제법 능력이 있구나."




































아침부터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동물이 나오는 케이블 채널.


그녀는 어린 아이가 자신의 강아지와 노는

모습을 보면서 진지하면서도 

열심히 훈계를 두었다.

































프로그램을 다 보고 내게 쪼르르 달려온 그녀는


" 저 노란 계집은 죽으면 내 종자로 삼아도 좋을 것 같아."


라며 하이라이트 장면을 설명해주었다.






































"나 하나면 충분하지 않아?"

꼬맹이 칭찬에 내가 장난스레 질문하자


멈칫한 그녀가


"흥,모지랭이"



라고 대답하며 웃었지만

 


그 때 

그녀의 두 뺨은 따뜻한 색으로 물들었던 것 같았다.



















































설명

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아마 그녀를 좋아한다.


평소 하지 못하던 요리를 자꾸 대접하고 싶어져서

그렇게 결론 지었다.



























이 것은 그녀의 기록이 아닌

나의 기록이라 쓰고 싶지 않지만,


앞으로 쓰여질 그녀의 이야기의 부연 설명이 되도록

남겨본다.

























하지만, 그날 대접했던 요리의 평가는...






















"놀랍구나, 네게 요리를 해줄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나는 이 걸 먹은 네 피가 좋을 것 같구나."


얼굴빛이 창백해질 만큼 살벌했다.


기록2


"그녀는 초코 케이크를 먹은 인간의 피를 좋아한다."































기록3


조와 울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조와 함께 즐겁게 보낸다.

낙천적이며 여유롭고, 심각할 때는 

어린 아이 마냥 온 집을 뛰어 다닌다.




하지만 갑작스레 울이 찾아 올 때도 있다.




진지한 표정으로 책상에 앉아선



"네모 박스의 사용법을 알려다오."

 


내가 옆에서 몇 번 가르쳐준 방법으로

웹 서핑을 하곤 하는데,


그 때의 표정이 장난 아니게 매섭다.























목적이 무엇이고 무엇을 찾는 것인지,


매번 실패하는듯 하지만

분명 그녀에게는 중요한 것이다.





















내게도 알려주면 좋겠지만

어째서인지 그녀가 컴퓨터를 사용하면

내게는 화면이 뿌옇게 보인다.


아마 그런 마법같은 능력을 쓰는 거겠지.





























기록4


그녀는 관을 지니고 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의 옆에 있던 

금장 무늬가 화려한 관은 우리 집의

한 방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이 관을 옮기기 위해서 나를 비롯한 

그녀의 종자들이 고생을 했었다.


정말 무겁다.













하지만 가져오지 않을 수 도 없었던게


그녀는 태양에 노출된 채 잠을 자면

 확률적으로 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생명이 가장 방심하는 순간이어서 그런지



잠드는 순간이 그녀가 가장 약할 때였다.
























나는 관이 조금 무섭다.


그녀가 오기 전에 큰 이별을 겪었다.


그래서 죽음을 상징하는 것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트라우마가 있다.


그녀가 관에 들어가면 늘 불안하다.























그대로 굳어버릴 까봐.


엉성하게 서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










"근처에 계속 있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잠들어."


라는 말을 하며 억지로 웃어보인다.


















번외


그녀가 잠든 후에.



주로 해가 밝을 때 잠이 드는 그녀이기에

나는 그녀가 잠든 후 일을 한다.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훈련장에 가서

강아지를 케어하기도 한다.


그게 일반 이다.
















일반적이지 않을 것을 찾자면

그녀가 오고 나서 특이한 행동을 하나 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특별한 종자들을 먹일 돌을 캐오는 것.

이 돌은 그녀를 만났던 산책로에 가면 많다.


종종 구해가면 그녀가 칭찬해준다.


그 걸 계기로 나는 손이 꽤 닳을 만큼 돌을 캤다.
















집에 돌아와선 캐낸 돌을 잘게 간다.

그리고 종이컵의 반 정도만 덜어서

호수에 골고루 뿌려주면

알 수 없는 푸른 빛들이 호수 전체에 일렁인다.


그녀는 요정이라지만

내게는 반딧불이 이상의 감흥은 없다.


무언가 있긴 하구나.

싶을 뿐이다.

















기록5


천년




집에 돌아왔더니 그녀가 깨있었다.


그녀가 늘 입던 차림이 아니어서 

깜짝 놀라 멍하니 서있자


"해줄 이야기가 많아! 빨리 들어와"


라며 나를 재촉했다.




















이런 의상을 어떻게 알고 어디서 구한 걸까?


그녀가 들려줄 이야기보다 더 궁금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서 내 눈치를 보더니,














컴퓨터 책상에 다가가 뭔가를 재빨리 검색했다.





"드디어 찾았어!"




"....?"




그러나 내게는 여전히 뿌옇게 보일 뿐이었다.





















그녀가 자리를 비켜주고 내가 자리에 앉자,


그제서야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뱀파이어 상점?"














세상에 어떤 가짜보다 가짜일 것 같은 사이트가

눈 앞에 가득 펼쳐지고

그녀의 손이 가볍게 모니터를 넘나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멱살 잡힌듯

모니터에서 끌려나온 책 한 권.


































"이걸 드디어 손에 넣었어!"



그녀가 나를 와락 껴안으며 기뻐했다.


그 책이 무엇인지 잘모르겠다.

하지만 기뻐하는 그녀의 품은 인간처럼 따뜻했다.































"이게 뱀파이어용 교과서라구요?"



그녀의 말 그대로 되물었다.


오랜 세월을 사는 종족들이다.

어째서 이런 교과서가 필요한걸까


그런 질문에 그녀가 가볍게 답변했다.






































"난 아직 태어난지 천년밖에 안되었으니까?"


천년.


천년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세월을 햇병아리 취급하며 그녀가

학구열을 불태웠다.


할 말을 잃은 나는 그녀를 두고 방으로 들어왔다.










































천년이라는 단어 앞에 많은 것들이 

희석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를 사랑 하는 마음조차

기운을 잃고 말 것 같았다.

































조금 닮았다고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한 것이었을까.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인생을 지켜보며

언제까지나 살 뱀파이어.


그녀를 집에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었나.





























당해낼 수 없는 천년이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그 날은 그녀의 책장 넘기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에 들었던 밤이었다.
































기록6


그녀의 생각



눈을 뜨자마자 그녀의 관을 살폈다.

늘 있던 곳에 있는 건 알지만 지난 밤의 심란스러움을

떨치지 못해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제법 늦게 일어 났는데, 그녀의 관이 비어 있었다.






























"하나, 그러니까 사람의 모습을 가지고 싶댔지?"


"멍!"



"좋아, 잠시만..."







펑-!





요란한 소리가 나서 시선을 돌리자


그녀는 개의 모습을 한 자신의 종자와 

어떤 실험을 하고 있었다.


개의 모습을 한 종자를 사람 모습으로 바꾸는

 그런 마법이었는데 결과는 참패였다.



하나는 머리부터 발끝 어디 하나 

사람스러운 구석이 없었다.


























"아, 실패했어..좀 더 숙련이 필요한가"



"끼잉..."



눈에 띄게 우울해하는 하나에게 그녀는

 내가 만들어둔 수제 간식들을 

멋대로 가져와 우루르 던졌고



신이 난 하나가 폴짝 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간식을 주워먹었다.



"리우, 이렇게 많이 주면 배탈난다구요"



내가 나서서 하나를 말리며 간식들을 회수하자



"너, 계속 봤어?"



"네"


"내가 실패하는 것도 봤어?"



"네"


몇 마디 묻더니 씩씩 거리며 휙 거실로 사라졌다.


































실패한 모습을 보여준게 창피해서 그런가 싶어 

잠시 자리를 비켜주고 나는 여유롭게

커피를 한잔 타서 거실로 향했다.



거실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던 그녀는

처음 보는 음료수팩을 들고 쭈르르

 거리며 마시고 있었다.



"리우, 그게 뭐예요?"



"이거? 밥."



"밥이요??"



나는 창백해지는 얼굴로 되물었다.



"걱정하지마. 피 같은게 아니니까."


"하지만 뱀파이어는..."


내가 우물쭈물 거리며 의심하자

리우가 선뜻 자신의 음료수를 

내 커피잔에 따라주었다.


뭐가 되었든 먹고 싶지 않은데...

그런 표정으로 리우를 바라보았더니 

리우가 억지로 컵을 입으로 들이밀었다. 




















































"꿻..!"




나는 그때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다 표현하지 못하는 그 것은 

떫디 떫어 입에 털이 송송해지는 맛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게 사람 몸에 들어가면 굉장히 피가 맑아진대, 

그럼 너도 조금은 오래 살 수 있겠지. 그치?"





그녀도 나름대로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리우,"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내 품에 폭 안겨들었다.



"오래 오래 살거라. 안그러면, 너도 내 종자로 만들어버릴꺼야"


"죽으면 개가 되겠네요..하하"



나는 깊게 남는 씁쓸함이 그리 나쁘지 않은

 커피를 맛본 기분으로 슬며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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