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록들도 이전과 같다.



평생을 살지 못하는 것과 함께 해야하는


'영원'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에 대한 기록들이다.















































기록 7


게으름.



영원을 살아서 그럴 수도 있다.


그녀는 우리의 하루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아서

그래서 나중에 치운다는 것이 


몇 시간, 몇 일 몇 주일..그렇게 평생이 되는 것이다.




영원히 살지 않는 나는 하루라도 더 쾌적한

인생을 살기 위해 청소를 해야한다.






























이제는 쓸 모 없다며 버려진 뱀파이어 입문서.


2권을 살 예정이라서 바닥에 내버려두었다고 한다.


사람의 가죽으로 만들었다고 하던데,

그런 살벌한 물건을 잘도 내팽겨쳐놓기에

나는 몇 일을 그 쪽으로 향할 때 긴장해야 했다.


































기록8


뱀파이어가 먹는 것.





그녀는 밥은 먹지 않는데 이상하게 설거지 거리가 많다.





























생각해보면 커피와 홍차는 잘 마신다.


애초에 마시는 것 외에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빨이 그렇게 뾰족한데 왜 쓰질 않는거지.








































그녀가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먹는 것이라면

한번 쯤은 같이 밥을 먹어 주었으면 싶은 생각이 든다.


 하루 세끼, 드문 드문 외롭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다.










































기록 8


야행성



잠을 오랫동안 잘 수도

오랫동안 자지 않을 수도 있는 종족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야행성 인 것 같다.



요즘 이상하게 마당이 엉망이어서

유기견이라도 돌아다니나 싶었는데

































고삐가 풀린 것은 사람도 개도 아니었다.











기록9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옛날 사람인 그녀가

눈사람이 뭔지 알고 있다고 했다.


나는 만들어 보라고 했다.



눈 뭉탱이를 뭉쳐 얹어주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렇게 하는 거라고?"





























"리우, 안다고 했지 않나요?"



"아니, 그러니까...."



당황한 그녀가 맨손으로 눈을 뭉쳐

 낑낑거리며 들어올리기에 얼른 말렸다.



손톱 때문에 불편하다고 장갑을 끼지 않더니

맨손으로 눈 뭉탱이를 만진 덕에 

그녀의 손은 한동안 동상에 시달렸다.




그녀는 분명히 눈사람이 무엇인지 모른다.























기록 10


겨울잠





그녀가 한동안 동면한다고 말했다.


깜짝 놀랐다.



"뭘 그렇게 놀라는 게야

 날이 좀 따뜻해지면 알아서 일어나"




그녀는 깊히 잠든다고 했고

나는 보고 싶을 꺼라고 했다.


"잠깐이라면 뚜껑 열고 봐도 돼.

만지지만 않으면..."



그녀가 긴 머리칼을 귀 뒤로 쓸며

작은 목소리로 내 귀에 대고 말했다.



나는 하루에 한번씩,


잠든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그녀가 잠들고 나서 할 일이 없어졌다.


새삼스레 그녀가 없을 때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이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되었다.





























기록11



종자는 잠들지 않아.




그녀가 겨울잠을 잔지 일주일 쯤 되었을 때 였다.


어느샌가 부터 내 주위에 개가 많이 따라다녔다.


알고 보니 전부 그녀들의 종자였다.



문제는, 이제 그들을 내가 챙겨야 한다는 점이고



다행인 것은

 그들은 사람의 피를 마시지 않는 다는 점이다.




























기록12



위태로운 종자들



나는 문득 그들의 위생 상태가 

위태롭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목욕 시중을 시키면 모를까

그들을 씻겨주진 않았을테지.



하지만 그들은 그런 관계든 뭐든

나는 반려견 훈련사로써

방치를 용납할 수 없다.


일어나면 주인을 크게 꾸짖을 생각이다.
















기록 13



함정




종자들 중에 특히나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다.



검은색 리트리버잡종으로 보이는 강아지다.

















죽은 척을 1초만에 배우는 영리함.




















일어나란 말에 꼬리까지 번쩍 세우고 일어나는 충성심



















볼 뽀뽀도 능숙한 이녀석이

 최근 내 허전한 맘을 멋대로 채우고 있다.




















기록 14





깨어난 그녀.



그녀가 한껏 창백해진 모습으로 눈을 떴다.

시간도 모르고 오랫만에 일어났다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햇빛에 쏘여 화상을 입었다.



화상에 그쳐서 다행이었지

잿가루가 되는줄 알고 심장이 덜컥했다.





뱀파이어력을 회복한 그녀는 컨디션이 좋아서

흉터는 금새 사라졌다.


오랫동안 잠을 자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스럽지 않은 그녀다.




















기록 15


함정이 폭발.





그녀가 내 옆을 가득 채운 검은 리트리버를 보고 말했다.




"내 아이가 아닌데?"



"뭐라구요?"



"얘는 그냥 개야."




내가 최근 비이상적인 일들에 너무 익숙해졌나보다.


살아 있는 멀쩡한 개를 종자로 생각하다니














"뭐 어때, 그냥 키우면 되는거 아닌가?"



그녀는 살아있는 개를 키워보고 싶었다며

종자가 아닌 개 대접을 해주었다.



늠름한 루크의 영리함이 빛을 발하고,




















"얘 진짜 대단하잖아?"




놀라운 습득력에 그녀가 놀람을 금치못했다.


그러면서도 활짝 웃는 미소를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루크가 허전함을 채워줘도 그녀가 결핍된

 부분은 채워주질 못했던 모양이다.






















"죽은척 진짜 잘한다."



그녀가 감동한듯 눈을 감으며 루크를 칭찬하고,

아들이 인정받는 뿌듯함에 나 역시 잔잔한

미소로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형태도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기록 16


변화는 무적





루크를 개로써 대하면서 그녀가

종자를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꾸짖기도 전에 내게 물어왔다.



"내 종자들도 케어하고 싶구나"



"등에서 부터 거품을 칠해서 마사지하듯 문질러봐요."




"이렇게인가...?"


































그녀는 제법 진지하게 배웠다.



한번 해보더니 금세 능숙해져서

연달아 3마리를 씻겼다.



제법 팔이 아플텐데 그러면서도

뿌듯해 하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말리는 것도 내가 다 할테니 너는 거들지 말거라"






























기록 17



특별함





그녀는 특별한 것 같다.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것이 아니라,


내풍기는 분위기가 특별한 것 같다.




















가만히 앉아서 그녀를 지켜보자면,

이상하게 닿을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특별해서 가까이 할 수 없는 위압도 있다.



함께 사는 것이 익숙해진게 신기할 정도로,


인간과 뱀파이어는 궁합이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그녀보다 그녀들의 종자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낸다.



그녀는 내 직업이 반려견 훈련사라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고,



나는 외롭진 않지만 그녀가 홀로 있는 일이 생긴다.


그런 껄끄러운 일이 생기는 것이다.






























기록 18


누구의 편.




루크는 사랑스럽다.


영리하고 듬직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루크가 앉아 있는 곳을 보자면


루크가 내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기록 19



코피




정말, 놀랄일이다.



피가 주식인 그녀가 피를 펑펑 뿜어댔다.


핏기없는 그녀의 얼굴이 참혹할 정도로 아파보였다.






"리우 괜찮아요?"







"요즘 마나를 너무 썼나봐"






"관에 들어가서 쉬어야...."





















"아니,그대의 목을 한번만 깨물면 안될까"



그녀가 갑자기 유혹하는 듯이 말했다.


내게 피를 달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처음이었다.








근데 이상하게 무섭지가 않았다.

평소라면 창백해져선 달아났어야 할텐데





























조용히 눈을 감고 그녀를 기다리는데


귓가에 쪼르르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내 피가 아닌 팩 음료수를 먹고 있었다.



뻘줌함과 동시에 등줄기에 한가닥 

땀이 흘러내리는걸 느꼈다.


안도인지 아쉬움인지 몰랐으면 좋을텐데,


등이 서늘한 그 날의 감각을 떠올리는

밤마다 나는 이불을 찼다.




























기록 20


고백.




나는 몇 일을 이불을 차다가 결국 그녀에게 물었다.



"리우, 그 날 왜 내 피를 먹지 않았어요?"



"너는 내 음식이 아니니까"



"나는 당신에게 사용되길 원했는데..."



내가 조금 울상을 짓자 그녀가 킥킥거렸다.



"죽을까봐 몸사리던 네 모습은 온데 간데 없네"



"그건, 어쩔 수 없이 내가 리우를.."



































"알아"



"네?"



"네가 날 좋아하는 거"






"뱀파이어라서 아는거예요?"






"아니, 날 좋아하는게 너라서 아는거야.

바보야"








바보 취급을 해놓고선 그녀가 멋대로 눈을 감는다.

어떤 신호인지 알면서도 나는 한번 참는다.





가만히 기다리자 그녀가 내 얼굴을 끌어당겼다.


"정말, 어쩔 수 없네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Sims4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즈4 일기 [ It grows nicely] 1화  (0) 2019.01.07
47
MYOYOUN SKIN